스타벅스 리유저블컵은 리유저블한가
최근 스타벅스가 "리유저블컵"이라고 이름 붙인 플라스틱 컵을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사용하겠다는 소식이 있었다. 서울 및 제주에서는 아예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고 리유저블컵만 제공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리유저블컵에 대한 보증금을 음료값에 포함해서 받고 컵을 다시 돌려줬을 때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한 것인데, 실제로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 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수집품? 대용품?
지난 9월 28일 스타벅스는 "리유저블 컵 데이"를 시행하면서 당일 주문된 모든 음료를 리유저블 컵에 담아서 제공했다. 가격의 차이는 별도로 없었으며, 인당 1개에서 최대 20개까지의 음료를 주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리유저블 컵이 특별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컵에 한정판 디자인을 적용하여 사용자들의 수집욕을 자극했고, 한정 수량이라는 특성상 음료를 최대로 구매하여 중고장터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파는 사람들이 자연히 나타났다. 당시 서울의 한 매장에서는 주문이 650잔까지 밀리게 되면서 파트너의 업무부담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스타벅스가 대외적으로 드러낸 리유저블 컵 제공 목적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을 늘려 환경을 보호하자"였다. 실제로 어떤 목적이였는지는 스타벅스만 알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스타벅스 굿즈 하나를 새로 내놓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매력적인 굿즈 전략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을 줄이자는 슬로건은 얼핏보면 되게 친환경적인 얘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이걸 왜곡해서 "다회용품 생산을 늘리자"로 알아들은 것 마냥, "에코"라는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인 새로운 "굿즈"를 내놓았다.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주도, 이용하고 있는 기업은 스타벅스라고 단언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에코"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이는 전략은 꽤나 매력적인데, 실제로 진심을 다해서 환경 보호 노력을 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는 굿즈에 "에코"라는 이름을 붙여서 자신의 기업과 친환경 키워드의 노출 빈도를 올리는 것이 효과가 훨씬 좋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한 예시로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며 새 제품 구매 대신 중고거래를 장려했던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이미지가 붙은 이후 연매출 성장률 35%을 기록하며 오히려 더 많은 새 제품을 생산했다. 제품 자체가 하나의 '친환경 굿즈'가 되어버린 탓이다.
과연 리유저블컵은 리유저블 할까
스타벅스는 제공한 리유저블 컵을 수거한 이후 세척과 선별을 거쳐 컵을 재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것과 비슷한 모델로 이미 시행중인 제도가 "공병 재활용 보증금 제도"인데, 공병의 재활용률은 85%로 상당히 높아보인다. 그러나 이 85%라는 수치는 '수거된 공병 중 재사용 하는 병의 비율'이고, 전체 판매량 중 재사용되는 병의 비율은 훨씬 낮다. 수거조차 되지 않고 버려지는 공병의 비율은 70%로, 업소에서 자체적으로 수거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개인이 공병을 반납하는 비율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시행중인 공병 재활용의 비율도 절망적인데, 내구성이 더 낮은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이 얼마나 수거가 될 것이며, 수거된 컵 중 어느 정도가 실제로 재활용 될 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결국 결과적으로는 생산에 더 많은 환경적 비용을 소모하는 컵을 일회용컵을 대체하여 공급하게 되는 셈이다. 다회용품을 일회용품처럼 쓰게 된다면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 오히려 퇴보하는 일이다.
선망하는 브랜드
개인적으로 스타벅스의 마케팅을 볼 때마다 감탄한다.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 상품을 구매하는 지에 대한 원리를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자신들의 이러한 자산을 올바른 일에 사용해준다면, 기업이 목표하는 바처럼 "모두가 선망하는 브랜드"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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